KCL이 만난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
말마음연구소 소장
김 윤 나
직장, 가정 등 삶의 여러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김윤나 소장은 ‘마음’을 돌아보라고 권한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대화 기술, 경청법, 칭찬법 등 여러 기술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말이 변하는 건 쉽지 않아 고민을 겪는다. 진짜 필요한 본질적인 게 무얼까? 코칭심리전문가이자 말마음연구소 소장인 김윤나 님은 이 고민을 하다 ‘말 그릇’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우리가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잖아요. 말도 마찬가지예요. 불편한 자극을 받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같이 화를 내는 반면 누군가는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으면서도 대화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해요.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을 이해하는가에 따른 차이예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말하지?’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말 그릇이 크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예요.”
말 그릇을 키우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대화는 자극과 반응이예요. 불편한 자극이 왔을 때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면 다른 반응을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마음은 뭘까요? 저는 항상 세 가지를 이야기해요. 첫 번째는 감정, 뭘 느끼고 있는지. 두 번째는 욕구, 뭘 원하는지. 세 번째는 생각,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 세 가지를 잘 이해하고, 불편한 순간에도 내 마음과 상대 마음을 잘 보는 사람이 될 때 말 그릇이 커져요.
말하기에 있어서 마음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사람의 마음을 빙산에 잘 비유해요. 빙산은 수면 아래 숨겨진 게 더 많아요. 그런데 누구나 자신의 숨겨진 진심을 꺼낼 능력이 떨어지는 듯해요. 수면 아래에 있는 진심을 몇 프로나 표현하면서 살까 생각해 보면, 제 체감상 한 30%정도 돼요. 그러면 나머지 70%를 마음의 세 가지 요소인 감정, 욕구, 생각을 잘 활용해서 수면 위로 올려야 되는 거죠. 이걸 인식한 다음에 말을 해야 대화가 목적지까지 가고 다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대화하다 보면 감정이 상하니까 마음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어떻게 반박하지?’, ‘어떻게 치고 나가지?’, ‘상대의 허점이 뭐지?’ 생각하느라 진심을 놓치는 거죠.
기업에서 리더십 소통 관련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김윤나 소장은 이렇게 묻는다.
“팀장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는 훈련을 더 원하세요, 아니면 상대 후배들 마음 공감하는 실력을 더 원하세요?”
궁극적으로는 둘 다 같이 가야 하지만, 그녀는 자기 마음을 보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먼저 존중하고 나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어야 말 그릇도 넓어지고, 상대의 마음도 잘 알고, 존중의 말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에서는 상대를 공감하는 훈련이 당장 현실적이라고 여긴다. 한데 최근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내 마음을 먼저 알기 원한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엔 무조건 대화 기술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해 보니까 한계가 있음을 아시는 거예요.
대화를 잘해야 되는 이들, 특히 리더들이 지친 거예요. 그래서 진짜 본질이 무언지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좋은 리더란 무엇이며,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리더가 되려면 다방면에서 챙길 게 많아요. 한데 그중에서도 리더가 해야 할 여러 가지를 하나로 꿰어주는 게 언어, 대화이기 때문에 리더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해요.
지금 시대의 리더들은 다양한 특성의 구성원들,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대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리더가 예전처럼 더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안 통하고, 그렇다고 지원해줄 수 있는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녜요. 그러면 무엇으로 승부해야 리더의 언어가 달라질까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불편한 마음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는 게 핵심이에요.
MZ세대와의 소통에서 필요한 건 뭘까요?
사람의 마음은 예전부터 중요했지만, 그동안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시그널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어요. 다 참았잖아요.
한데 새로운 세대들은 “지금 내 마음이 이런데, 이에 대해서 대화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고 싶은데 그것에 대해서 코칭받고 싶다.”, 이런 대화를 나눌 리더를 원해요. MZ세대가 결혼 같은 사생활을 묻는 거 싫어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맞을 수 있어요. 한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결혼 생각 있어?” 했을 때 후배가 대답을 하잖아요, 그러면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거나 내 삶의 공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후배와 대화하려고 하니까 그런거 묻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결혼에 대한 네 생각은 어때?” “선배들의 결혼관은 어때 보여?” 하면서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도 그에 관해 대화할 수 있는 선배를 원하는 거예요.
직장 내에서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요인은 뭘까요?
여러 가지 있지만, 하나를 꼽자면 ‘공식’이에요. 팀장이건, 임원이건, 신입사원이건 다들 자신의 고비를 잘 넘겨서 이 자리에서 만났단 말이에요. 그 고비를 넘겨왔다는 건 자신만의 공식을 쌓았다는 의미와 같죠. 나의 공식을 대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온 거예요. 유독 갈등이 큰 곳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공식이 너무 완고해요. 자신의 공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갖는 곳을 유연한 조직이라고 해요. ‘내가 어떤 법칙을 갖고 있지?’ ‘이게 틀릴 수도 있나?’ ‘저 사람의 공식은 언제 맞고 언제 틀리지?’ 이런 물음이 많은 게 유연한 조직이에요. 그렇게 서로 질문하는 실력이 키워져야 갈등도 해결돼요.
직장과 더불어 관계와 소통의 또 한 가지 화두는 가정이다.
김윤나 소장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주요 요인을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원하는 것, 즉 욕구가 있어요. 그렇다면 그에 따른 기대가 자연스레 발생해요. 한데 그 기대는 무너지기 일쑤죠.
가족은 욕구를 서로 말해주지 않고, 욕구를 공유하는 비율은 굉장히 낮으면서도 기대는 높은 집단이에요.
그러니까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관계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내가 뭘 원하는지 말하는 게 중요해요.”
가정에서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다음 날 새벽에 강의를 가야 되는데 아이들이 11시까지 안 자는 거예요. 침대에 누웠는데도 자기들끼리 시끄러우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열받기도 해요. 엄마가 힘든지 모르나 서운해지기도 하고요. 한데 중요한 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이때 원하는 게 뭐죠? “엄마 내일 강의 잘하고 싶어. 그래서 지금 쉬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지금 굉장히 피곤하고, 너희들이 언제 자나 걱정돼. 엄마 시간이 별로 없거든.” 이런 욕구와 감정을 말하는 거예요. 물론 애들이 단번에 말을 듣지 않아요.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들을 때까지 계속 말해요. 이 때 자칫하면 화를 내고 비난하게 되니 정신적으로 흔들리면 안 돼요. 제가 처음에는 한 열 번 말했는데, 지금은 세 번만 하면 알아들어요. 가족끼리 비난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에요.
여러 번 말해도 대화가 안 통한다고 느끼면요?
평소 다른 대화에서는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에 대해서 알아주지 않고 내가 필요할 때만 예쁘게 말하면 아이가 받아들이기 어렵죠. 평소에 아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존중의 대화를 해야, 아이도 자기가 들은 게 있기 때문에 부모가 힘들 때도 받아들여요. 열 번을 말해도 안 통한다면, 나는 이 아이를 존중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실천이 잘 안 될 때 자신을 어떻게 격려하면 좋을까요?
자기 자신한테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너 또 그래? 지금 애한테 몇 번째야. 네가 부모 자격이 있어? 리더 자격이 있어?” 이런 거 안 하면 돼요 “그 순간에 잘하고 싶었지. 잘하고 싶었는데 안 되니까 진짜 속상하네.” 이렇게 나를 존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안 하고 싶으면 그냥 당분간 안 해도 돼요. 얼굴만 봐도 화가 나고 좋은 말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잠깐 멈추면 돼요. 그렇게 멈추잖아요, 또 하고 싶을 때가 와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거 근처를 자꾸 서성이게 돼 있어요. 자기 자신한테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내야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말을 하게 돼요.
김윤나
코칭심리전문가, 말마음연구소 소장이다.
저서로는 《말 그릇》, 《리더의 말 그릇》 등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 〈김윤나TV〉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