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ST STORY

FOCUS

ESG 경영에 대응하는 시험인증기관의 역할

최근 전 세계는 ESG로 대변되는 지속가능한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ESG 경영평가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지만, ESG 경영 평가기준과 절차는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다.
국제수준의 제도 확립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시험인증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글 | 강병구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ESG 경영현황 및 동향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를 통칭하는 것으로 2004년 [UN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속가능 금융’을 불러왔고, 최근에는 기후 및 환경변화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ESG가 부각되었다. 이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가 2020년 1월 발표한 연례 서한에서 향후 투자결정의 기준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고 언급하면서 ESG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되었다.
이와 같은 동향은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장기적인 투자 리스크로 보고 투자결정 요인으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겠다. 지속가능성이란 오늘의 성장을 위하여 미래의 성장동력을 파괴하지 않는 것으로 래리 핑크의 언급을 도화선으로 ESG라는 경영전략이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의 ESG 투자에 대한 세계적 동향을 보면 2020년 기준 USD 35.3조에 달하며 이는 2018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미국과 EU의 글로벌기업을 중심으로 개별기업 차원으로 ESG 경영을 선언하고, 이들은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ESG 경영을 견인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부품공급업체에게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기를 요구하거나, 홈디포는 연간 2.1%씩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여 2035년까지 최종 50%를 감축할 계획을 발표하고 협력사에게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 특히 글로벌기업들이 투자자의 건전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실현해야 하며, 이것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ESG 투자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ESG 법제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EU의 경우 선도적으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ESG 법제화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기술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EU는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협력업체 전체로 ESG 경영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으로, 수출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 매우 심각한 무역기술장벽으로 대두될 것이다.
EU는 기후대응법안 패키지(Fit for 55 Package)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초안을 발표했다. 2021년 12월 EU의회가 공개한 수정안에서는 초안에서 제시한 5개 적용품목(철강·전력·비료·알루미늄·시멘트) 을 9개(유기화학품·플라스틱·수소·암모니아 추가)로 확대하였고, 전면 도입시기를 2026년에서 2025년으로 1년을 앞당기는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CBAM상 탄소배출 범위의 경우 초안에서는 ‘상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직접 배출만 포함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상품 생산에 사용된 전기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간접배출까지 포함했다. 한편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기후공약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키스톤 송유관 건설허가를 취소한다든지, 석유·천연가스 시추 신규허가를 중단하고 연방정부의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 보조금 중단과 같은 것이다. 또한 2030년 판매 신차의 50%를 무공해차로 의무화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 검토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이러한 무역기술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험인증기관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SG와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동등성을 인정받는 시험인증기관의 시험과 검사·인증의 결과가 기업의 ESG 경영 실천에 대한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 되며, 이것이 무역기술장벽을 해소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험인증기관들은 ESG 인증에 있어서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신뢰는 우리나라의 시험기관들과 국제적 시험기관들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국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ESG 경영과 시험인증평가

현재 기업들은 ESG 경영이슈에서 평가에 대한 대응을 가장 많이 논의하고 있다. ESG 경영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여러 연구들은 기업이 경영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부분을 모두 감안하지 않을 경우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ESG 평가제도의 한계로 인하여 ESG 활동 및 기업 재무성과와의 명확한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지적도 있다. ESG 평가제도의 한계는 ① ESG 관련 불완전한 정보 인프라 ② 일관성 없는 평가범주 ③ 통일성 없는 지표 ④ 불명확한 상관관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 ESG 평가는 공시사항이 없거나 내용이 부실하여 평가결과의 공신력이 떨어지 고, 사업자체보다는 사업모델을 평가하는 관행으로 인해 실제적으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환경적인 것으로 포장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된다. 아울러 ESG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평가대상을 범주화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 1>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ESG의 주요 범위이다. 이외에도 주요 ESG 평가기관의 평가지표가 상이하여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평가기관의 의견이 상당 부분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ESG 경영에 대한 적합성평가 절차가 적절히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험인증기관의 적합성평가 는 현재 ESG의 모든 요소에 대하여 이루어지 기는 어렵다. 물론 ESG 분야와 관련된 국제표준이 있지만 이들이 지금 뜨겁게 논의가 되고 있는 ESG 이슈를 모두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험인증기관과 관련된 가장 현실성 있는 분야는 환경에 관한 것일 것이다.
시험인증기관의 적합성평가는 비교적 오랜 역사를 통해서 절차가 잘 갖추어 졌지만, 탄소발자국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의 적합성평가는 적절한 표준이나 평가기관의 동등성 확보 등이 이루어 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적합성평가 절차가 시험인증 분야에서 확립되어야 ESG 경영의 실천에 한 발짝 더 다가갈수 있을 것이다.

ESG 경영 전망과 시험인증기관의 역할

최근의 핵심 투자테마는 단연 ESG이다. “펀드시장 가뭄에도 ESG에는 돈이 몰린다 (한국경제)”, “ESG가 기업성패 갈라(매일경제)” 등과 같이 ESG가 기업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국내외의 ESG 규제강화는 기업에 발등의 불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ESG에 대한 평가는 특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 정보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시장에서 일관되고 통일된 평가기 준이 없기 때문에 ESG에 대한 평가는 시험평가기관의 명성과 신뢰성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관마다 평가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도 모호하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민간기업인 카본 트러스트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탄소발자국 라벨을 출시하면서 국제표준인 ISO 14067, PAS 2050 등을 적용하였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민간 안전시험기관인 UL은 Environmental Production Declaration(EPD)을 운영하면서 적용표준을 ISO 14067과 자체 제품군별 산정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해 동일기업에 대한 평가가 평가기관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험인증 기관이 기업의 실천을 검증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ESG 평가는 신뢰성이 높은 기반구조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전과정 평가(LCA) 수행을 위해 생산에 투입되는 원료물질(소재), 인프라(에너지원, 수송 등)와 같은 기초정보에 대한 모든 투입물과 배출물 데이터를 수집·계산하여 목록화 시킨 데이터베이스를 LCI(Life Cycle Inventory) DB라고 한다. EU는 EU PEF(Product Environmental Footprint) 제도 활성화를 위하여 LCI DB 네트워크를, UNEP(UN Environmental Programme) 에서는 글로벌 LCI DB 네트워크인 GLAD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LCI DB는 구축시점이 오래되어 신뢰도가 낮고, 확보하기 어려운 LCI DB 정보는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여 해외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탄소배 출량에 대한 검증기준이 강화될 경우 데이터 품질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다. ESG 경영평가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는 ESG 투명성의 기본적인 요소로서 관련 부처가 협력하여 빠른 시간 내에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ESG 관련 인증을 받아도 해외에서 그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시험인증기관들은 ESG 인증에 있어서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신뢰는 우리나라의 시험기관들과 국제적 시험기관들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국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탄소발 자국, 물발자국 등 ESG 관련 주요 환경이슈에 대한 국제수준의 제도 확립을 위한 시험인증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제표준 화기구에서의 표준제정 과정에 우리나라의 시험인증기관들이 적극 참여하여 우리 산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이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이사직과 표준안전인증학회장을 맡고 있다.
국가기술 표준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을 역임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