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와 시간을 매개로 가치를 창출하는 물류 서비스를 일컫는 콜드 체인(Cold chain)은 지난 2018년 약 22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시장 규모를 형성했으며, 매년 7.6%씩 성장하여, 2023년에는 320조 원의 세계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급성장하고 있는 콜드 체인 기술의 중요성과 국내 콜드 체인의 현주소와 비전에 대해 알아본다.
2016년의 일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l) 여파로 최악의 계란 대란이 발생했다. 그동안 남고 남았던 계란이 한 알에 600원(조선일보, 2016년 1월 11일)이 넘고 계란 할당제가 실시되어 1인당 1판만 살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중앙일보, 2016년 1월 11일).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계란이 남아돌아 수출했던 나라가 갑자기 호주 등지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정부 대책 회의까지 연일 열렸다. 문제는 수송 중 온도와 습도의 유지였다. 계란은 유통기한이 상당히 긴 편이지만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계란 껍질이 얇아지고 신선도지수(호우 계수: Haugh unit. 80 이상이면 아주 좋음, 50 이하이면 불량으로 구분)가 급격히 떨어진다. 신선도지수가 60 미만이면 사실상 상품성이 없어진다. 또, 계란을 낮은 온도(1~5℃)에서 수송하려 한다면 80~85%의 상대습도를, 10℃ 전후라면 75~8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당시 수입대상국인 호주는 여름이고 한국은 겨울, 그리고 고도에 따른 온습도차가 극심한 항공수송을 견뎌야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최근에는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상온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예방접종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인체에 직접 주입되는 백신의 온도는 유통 중 2~8℃에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단시간이라도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폐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병·의원 냉장고의 76.6%, 보건소 냉장고의 61.5%(서울경제, 2020년 9월 29일)가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관리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와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그나마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의 유통온도는 화이자의 경우 -70℃, 모더나 백신은 -2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극저온 콜드 체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국내 백신유통시스템으로는 유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글로벌 의약품유통업체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콜드 체인은 온도와 시간을 매개로 가치를 창출하는 물류 서비스이다. 콜드 체인은 ‘온도변화에 민감한 제품(식의약품, 헬스케어, 산업제품, 반도체 등)을 제품생산 이후부터 최종소비지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품질을 보전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정의된다. 콜드 체인은 신선 제품을 유통한다고 해서 ‘신선 물류’로 불리기도 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쿨 체인(Cool chain) 이라고도 한다. 사실 콜드 체인이 반드시 ‘저온’이나 ‘냉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과 서비스이므로 정온물류(定溫物流: Temperature-controlled Supply Chain)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장면이나 피자를 따스한 온도로 유지해서 배달하는 것도 콜드 체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여기서는 통용되는 콜드 체인으로 표현하기로 한다).
코로나 사태로 더 빨라졌지만 사실 최근 수년 전부터 국내외 기업들이 다투어 신선 식자재에 대한 유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물류 시장에서 콜드 체인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해왔다. 과거에는 콜드 체인 시장이 제조에서 유통 및 소매점포로 가는 B2B 영역의 비중이 컸으나 이제는 전자상거래(e-Commerce)의 식자재 유통 활성화, ‘신선식품 배송’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샌드마켓(marketsandmarkets.com)은 2018년 세계 콜드 체인 시장을 약 220조 원으로 추정하였으며, 매년 7.6%씩 성장하여 2023년에는 약 320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콜드 체인 시장의 성장은 아시아와 개도국이 주도하고 있다. 인근 중국의 콜드 체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390억 위안(약 57조 5,800억 원)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조선비즈, 2020년 6월 12일). 우리나라는 통계가 부족하여 국내 콜드 체인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9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2018). 그러나 이것은 식품 콜드 체인 시장만 추정한 매우 소극적인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물류 시장의 40%까지 콜드 체인 기술 및 서비스가 적용된다고 볼 때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콜드 체인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국내 물류 및 관련 서비스기업들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블루오션도 아니다. 국내 콜드 체인 시장이나 기술력은 아직 글로벌 수준까지 오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이 국내시장에만 치중하여 아직도 품질보다 가격 경쟁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수십년간의 노하우와 고품질의 서비스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국내기업의 코로나검사 진단 키트의 해외수출 시 국내 의약품 포장 용기 기업의 어려움을 체감한 바 있다. 신선 제품은 물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약품 콜드 체인 시장이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다고 해도 수출경험도 미약하고 제대로 된 프로토콜도 부족한 기업으로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콜드 체인 분야는 아직 글로벌표준이 미비하다. 콜드 체인 시장은 상품의 가치를 담보로 하는 고품질 물류 서비스로 고객에게 항상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기술의 ‘표준’이 중요하다. 선도적 표준개발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개발도상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국가기술표준원과 KCL이 콜드 체인 분야의 국제표준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다.
콜드 체인 국제표준화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가 먼저 시작하였으나 이제는 경쟁국 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동남아 국가를 목표로 자국의 콜드 체인 표준을 보급한 후 기술과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세계표준화기구(ISO)에 콜드 체인 물류(Cold chain Logistics) 기술위원회 설립을 상정하여 국제표준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정부 산하 콜드 체인 표준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표준 20여 종을 개발하였고 온라인배송 등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있다.
KCL은 주변국의 표준화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협업하는 한편, ISO의 포장 분야를 중심으로 창고, 수송, 비대면유통 등에 대해 적극적인 표준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콜드 체인의 표준화는 2015년 수립된 국가기술표준원의 중장기 표준화 로드맵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KCL은 2017년에 ISO/TC122 (포장)에 정온 수송포장(Temperature Controlled Supply Chain) 작업반을 개설하고 표준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다음 4건의 국제표준이 발간될 예정이다.
표준번호 (status 포함) |
표준명칭 (영문) |
표준명칭 (국문) |
제안 연도 | 표준제안(작성)자 Editor/Lea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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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DIS 22982-1 (2021년 발간 예정) |
Transport Packaging —Temperature controlled transport packages for parcel shipping — Part 1: General requirements | 수송 포장 - 소화물 정온 수송 포장 - 1편: 일반 요건 |
2017 | 김종경 (KCL) |
ISO DIS 22982-2 (2021년 발간 예정) |
Transport Packaging —Temperature controlled transport packages for parcel shipping — Part 2: General specifications of testing | 수송 포장 - 소화물 정온 수송 포장 - 2편: 시험 방법 |
2017 | 김종경 (KCL) |
ISO DIS 23416 (2021년 발간 예정) |
General specifications and testing methods for temperature-sensitive pharmaceutical packages in good distribution practice principles | 우수공급망관리에 따른 바이오의약품 포장 일반사항 및 시험 방법 | 2018 | 김종경/주민정 (KCL) |
ISO DIS 23417 (2021년 발간 예정) |
General specifications and validation methods for non-sterile medical device packages in good distribution practice principles | GDP 원칙에 따른 비살균 의료기기의 포장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한 일반 사양 및 시험 방법 | 2018 | 김종경 (KCL) |
국가 및 단체표준으로는 아래와 같이 6건의 저온 물류센터, 운송 서비스, 데이터수집, 단열 포장 등 올바른 콜드 체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표준을 연구, 개발하였다. 뿐만 아니라 표준 활성화를 위한 서울 콜드 체인 포럼을 운영하는 등 표준확산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콜드 체인은 생산단계부터 소비자까지 연결된 공급망 전반에 대한 프리미엄 유통물류기술과 서비스이다. 따라서 콜드 체인의 일부인 포장기술 및 시험평가에 대한 표준은 시작에 불과하며, 보관, 수송, 정보 분야의 국제 및 국가 표준화도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KCL 연구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국내 콜드 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한층 진일보시켜 글로벌로 진출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